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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수습변호사를 맞는다는 것|변호사시험 합격 후 6개월 수습기간에 대한 생각

관리자 2026-06-23 조회수 30

변호사시험 합격과 실제 사건 수행 능력은 다르다


변호사시험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였더라도 곧바로 모든 사건을 단독으로 수임하고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한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통산 6개월 이상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정해진 연수를 마쳐야 비로소 단독 수임과 사건 처리의 길이 열립니다.


저는 이 제도가 단순한 형식적 절차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과 실제 의뢰인의 사건을 책임지고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법률지식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기록을 읽는 방법, 의뢰인의 말을 정리하는 방법, 상대방과 소통하는 방법, 수사기관과 법원 앞에서 판단을 받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의 문제를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채용시장 변화와 수습제도의 위험


최근 몇 년 사이 변호사 채용시장은 빠르게 변했습니다. 

저희 사무실이 위치한 인천만 보더라도,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훌륭한 신입변호사를 채용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로펌들이 수도권 각 지역과 지방 주요 도시로 거점을 확대하면서 신입변호사 채용 경쟁이 치열해졌고,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조건보다 높은 대우를 제시하며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변호사들이 서울에서 일하기를 선호하는 현실도 있었고, 지방 로스쿨 출신이라 하더라도 생활 기반이나 장래 계획을 서울에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변호사가 서울과 인천에서 동시에 제안을 받는다면, 오히려 인천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희 사무실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훌륭한 인재를 모시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고, 인건비를 상당 부분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가능한 한 좋은 대우를 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모시기 위해서는 그 기준을 다시 높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다시 달라지고 있습니다. 

채용을 확대하던 흐름이 조정되기 시작했고, 변호사 수의 지속적인 증가와 시장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이제는 서울뿐 아니라 인천에서도 구직난이 체감됩니다.

실제로 우수한 학력과 경력을 가진 지원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채용 과정에서의 경쟁률 역시 높아졌습니다.


대표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명의 변호사로서는 이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채용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결국 변호사 생태계 전체가 여러 방향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신호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앞선 수년간의 채용 경쟁, 계속되는 변호사 수 증가, AI의 발전, 법률서비스 시장의 양극화는 모두 변호사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 의뢰인은 대형로펌을 찾고, 그렇지 않은 의뢰인은 스스로 소송을 준비하거나 낮은 비용의 서비스를 찾습니다. 

그 사이에서 중소형 로펌과 개인 사무소는 규모를 키우거나, 비용을 통제하거나,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압박을 받습니다.


이와 같은 시장 구조는 자연스럽게 가격경쟁과 광고경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더 많은 사무실이 비슷한 사건을 두고 경쟁하면서 광고 단가는 계속 높아지고, 과거와 같은 정도의 상담과 수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합니다.


늘어난 광고비는 결국 두 가지 방식으로 감당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비용이 사건 수임료에 반영되어 의뢰인의 부담으로 이어지거나, 비용을 올리지 못한다면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하는 박리다매의 구조로 나아가게 됩니다.


후자의 경우 한정된 인력으로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하므로, 한 사건에 들일 수 있는 시간과 집중도가 줄어들 위험이 있습니다. 

나아가 수습변호사를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증가한 사건을 낮은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한 인력으로 바라보게 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저 역시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 구조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가능한 한 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경계해 왔습니다.


광고비 비중을 최소화하고 영업 중심의 운영을 지양하며, 당장은 힘들더라도 사건 수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구성원 각자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축적된 전문성이 한 사건 한 사건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 결과가 다시 의뢰인의 신뢰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 A&P만의 강점|사건을 직접 검토하고 책임 있게 수행하는 이유


그렇다고 의뢰인에게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방식도 지향하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비용 안에서 함께 일하는 변호사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면서 사건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 그것이 의뢰인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습기간은 비용 회수가 아니라 교육의 시간이다


이런 운영의 방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수습변호사 제도가 시장 상황에 휩쓸려 본래의 의미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수습기간은 현재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교육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물론 현실적인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성을 다해 교육하더라도 수습기간 이후 이직하거나 개업한다면, 사무실이 들인 시간과 비용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작은 조직일수록 그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다짐합니다.


함께 사건을 고민하고, 실수를 바로잡고,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은 한 명의 변호사에게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설령 모두가 남지 않더라도, 그 경험 자체의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희 사무실에서는 수습변호사가 일부 업무를 반복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고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초기 상담, 기록 검토, 쟁점 정리, 서면 작성, 진행 과정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범위에서 사건의 전 과정을 함께 경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습변호사가 작성한 서면이나 검토의견은 단순히 수정된 결과만 전달하기보다, 무엇이 부족했고 왜 수정되었는지를 함께 설명하려고 합니다. 

정답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과정을 배우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교육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역시 성장해야 합니다. 

의뢰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사건을 맡고, 그 사건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하며, 그 신뢰가 다시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수습기간을 마친 변호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자리도 마련될 수 있습니다.


결국 수습과 교육은 조직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수습변호사는 배우고 성장해야 하고, 선배변호사와 직원들은 그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동시에 의뢰인의 사건에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변호사로서의 출발을 함께 책임진다는 것


수습변호사는 단순히 아직 단독 수임을 할 수 없는 인력이 아닙니다. 이제 막 변호사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그 시기에 어떤 사건을 접하고, 어떤 기준을 배우며, 어떤 태도를 익히는지는 이후 변호사로서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습변호사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채용이 아니라, 한 사람의 변호사로서의 출발을 함께 책임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법률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만듭니다. 제도와 기술이 변화하더라도 의뢰인의 말을 듣고, 기록을 읽고, 판단을 내리는 책임은 여전히 변호사의 몫입니다.


그래서 수습기간은 단순한 통과 과정이 아니라, 그 책임을 배워가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저 또한 대표변호사로서 구성원 각자가 사건을 깊이 이해하고 책임 있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야근 또한 어디까지나 예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루 동안 수습변호사들의 교육을 마친 뒤, 미뤄 두었던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자리에 앉는 선배변호사들을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정시에 퇴근하는 것을 멋쩍어하는 수습변호사들의 모습도 함께 보게 됩니다.


수습변호사의 성장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선배변호사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후배의 출발을 돕고, 직원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그 과정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구성원이 함께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직 제가 만들어야 할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구성원들의 헌신에 기대어 좋은 뜻만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뜻이 실제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여건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대표인 저의 책임입니다.


실천은 마음만큼 늘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과정이 충분했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다시 생각하고 또 다짐합니다. 

꾸준한 노력만이 생각을 현실로 옮겨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회사와 수습변호사가 함께 성장하여 그 시간이 서로에게 좋은 출발점이 되고, 그 축적이 의뢰인분들께 보다 안정적인 법률서비스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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